오랜만에 찾아온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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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kcbmc date25-09-01 11:46 hit119 comment0Article
이번 주는 오랜만에 찾아온 몸살을 앓았습니다. 최근 이삼 년 동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몸살 덕에 꼼짝을 못했습니다. 몸살과 오한을 이기느라 약을 챙겨 먹고 누워 있으면서, 지난 몇 주 내내 바쁘고 분주했던 마음에 적색불이 켜졌음을 확인했습니다.
2025년에는 북미주 KCBMC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10여 년간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글로벌 사역 디렉터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운영하는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신학교에서 글로벌 사역 디렉터로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프로그램들을 기획·개발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으며 귀한 특권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역을 통해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신학교 운영과 경영 전반에도 참여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역 가운데, “그리스도 중심 성경읽기 <리딩 지저스 Reading Jesus>” 프로젝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역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지난 10년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국교회와 함께 세계 교회’를 섬기는 비전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2024년 한 해 동안 안식년을 주셔서, 10년 동안 사역하느라 미루기만 했던 박사 논문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부터는 하나님께서 북미주 KCBMC의 사무총장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1년에 3분의 1 이상을 출장을 다녔던 터라, 해외도 아니고 북미주 내를 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아프면서 되돌아보니, 6월 중순 달라스에서 시작된 인수인계 일정을 시작으로, 6월 말 시애틀, 7월 달라스·버지니아·메릴랜드·필라델피아·롱아일랜드, 8월에는 남가주 LA·샌디에고·달라스, 그리고 이번 주는 메릴랜드 락빌 지회까지 다녀왔습니다. 이와 함께 사역지원센터의 업무를 파악하고 리더십 그룹들과 함께하는 줌 미팅도 계속 이어갔습니다. 저는 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 평소 잘 아프지 않는 체질인데, 이번 주는 이삼 년 만에 찾아온 몸살로 조금 고생했습니다.
몸살이 찾아오니 모든 것이 일단 정지되었습니다. 계획대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모두 뒤로 미뤄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지’의 장점은 나 자신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사업에 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때,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정지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정지 신호 앞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몸살이 찾아온 것일까?”
아마도 몸살이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신임’이라는 말 그대로,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로운 만남에는 설렘도 있지만 동시에 긴장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어떤 분들은 신임 총장이 왔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고, 무엇이든 도와 주셔서 얼마나 감동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인도해 주심에 감사하고 큰 위로와 격려를 받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앞으로 신임 사무총장이 잘하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하시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곳을 방문하며 다양한 분들을 만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계속 긴장하며 힘을 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피로가 쌓여 몸과 마음이 “일단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몸살이 찾아온 더 깊은 이유를 차근차근 되돌아보니, 바로 제 마음이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지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지하고, 제 스스로의 힘과 경험을 더 의지했던 부족함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앞서 행하실 것을 입술로는 고백하면서도, 사람을 더 의지했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북미주 KCBMC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깨달을수록, 하나님께 먼저 올려드리기보다 제 열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과 착각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신앙 공동체로 모였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기쁨으로 드리는 헌신이, 그것을 불순하게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낭비가 되고 더 이상 헌신하고 싶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북미주 KCBMC도 50년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수많은 분들이 헌신했지만, 기대와 달리 사람 때문에 실망하고, 관계의 어려움으로 힘든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분은 우리에게 생명과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헌신이 결코 낭비되지 않도록 우리의 중심을 보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또한 우리가 신앙 공동체로서 사람이 앞서는 공동체가 아닌, 한마음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세워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헌신하시는 분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북미주 KCBMC를 향한 헌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북미주 KCBMC의 비전과 사명에 헌신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북미주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우리 북미주 KCBMC에는 이렇게 주님만을 의지하며 사랑과 겸손으로 아름답게 헌신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고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주님께 감사한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회원으로, 또 지회장으로 섬겨주시는 귀한 신실한 동역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벌써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9월에는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북미주 KCBMC 이사회가 있습니다. 오늘도 기도합니다. 우리 이사회 한 분 한 분이 사람의 이름과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한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이루는 아름다운 이사회가 되기를. 또한 북미주 전역에 계신 지회원 한 분 한 분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가운데 날마다 신실하게 승리하시기를. 날이 갈수록 모든 북미주 KCBMC 지회원들이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제자로 멋지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헌신하도록. 북미주 KCBMC를 통해 전 북미주가 복을 받고, 온 열방이 복을 받도록!
북미주 KCBMC
권혁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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