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의미를 묵상합니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예수님을 배척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헤롯 왕입니다. 동방에서 박사들이 먼 길을 돌아 예루살렘으로 왔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마 2:2)고 헤롯 왕에게 알렸습니다. 그때 헤롯 왕은 베들레헴에서 아기를 찾게 되면 자신에게도 알려 달라고 박사들에게 부탁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도 그 아기에게 가서 경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헤롯 왕은 그 아기를 찾아 죽이려 했습니다. 겉으로는 경배를 말했지만, 그의 내면에는 또 다른 왕의 탄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두려움과 거부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셨을 때의 일입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제자들은 곧바로 “천국에서는 누가 큽니까?”라고 묻습니다.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모습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는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 18:4)고 분명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 한 번은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예수님을 찾아옵니다(마 20:20-28). 그녀는 자기 아들들이 하나님 나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 20:27)고 말씀하시며, 이어서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고백대로 이 땅에 낮고 낮은 아기 예수로 오셔서,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십자가에서 내어 주셨습니다.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십자가의 길을 택하신 이유는 죄로 인해 생명을 잃어버린 우리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의지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 좁은 길을 친히 걸어가셨습니다.

우리 북미주 KCBMC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들입니다. 말구유에 나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처럼, 우리는 예수님을 경배하는 공동체입니다. 실업인과 전문인으로서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는 주인과 사장의 역할을 감당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예수님을 섬기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섬기는 섬김의 공동체입니다.

성탄을 준비하며 낮고 낮은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겸손’을 깊이 묵상합니다. 우리 북미주 KCBMC 모든 지회원들이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 가정과 일터, 교회와 사회 속에서 예수님의 향기를 드러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입술의 고백과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복음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성탄을 맞아 우리 주변의 연약한 지체들을 돌아보고, 서로 섬김과 사랑을 나누는 풍성한 연말연시가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북미주 KCBMC
권혁민 사무총장